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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카이브

마르지엘라, 해체의 미학

by SSROOMING 2025. 4. 22.

한 옷의 겉감이 안으로 뒤집혀 있고, 브랜드 로고가 없다. 옷인데도 어딘가 낯설고 실험적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Maison Margiela(메종 마르지엘라)의 스타일이다. 옷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브랜드는, 지금까지의 패션 상식을 완전히 새롭게 만든 디자이너,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해체주의 패션 대표 이미지
해체의 미학의 대표적 이미지

1. '디자이너'가 사라진 브랜드

보통 디자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 본인의 얼굴과 명성이 브랜드 자체가 되곤 한다. 하지만 마르지엘라는 달랐다. 그는 런웨이에도, 인터뷰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모델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거나, 뒷모습만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경계를 철저히 지웠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보다 옷 자체가 말하게 하자." 마르지엘라에게 중요한 건 옷이었고, 그 옷이 담고 있는 구조와 개념이었다.

2. 해체주의 패션, 그게 뭐야?

해체주의(Deconstructionism)는 말 그대로 '기존의 틀을 부수는 것'이다. 마르지엘라는 옷을 만들 때 봉제선을 밖으로 드러내고, 안감을 겉감으로 사용하며 기존의 디자인 룰을 해체한다. 전통적인 예쁘게 잘 만들어진 옷이 아니라, 의류의 구조 그 자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는 헌 옷을 해체해서 새로운 옷으로 재조합하기도 하고, 버려진 소재를 활용한 아티잔(Artisanal) 라인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런 옷들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3. 라벨이 없는 이유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는 로고나 이름을 강조하지만, 마르지엘라는 그 반대였다. 흰색 라벨에 숫자만 적힌 택(Tag)이 브랜드를 대신한다. 예: 0번은 아티잔, 1번은 여성복, 10번은 남성복, 22번은 액세서리 등.

이 숫자 시스템은 브랜드를 이름이 아닌 기능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어떤 옷인지, 어떤 라인인지가 중요한 거지,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4. 스타일이 아니라 메시지를 입는다

마르지엘라의 옷은 단순히 예뻐서 입는 옷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항상 메시지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시즌엔 전 세계에서 수거한 옷을 재구성해 패션 소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쇼를 했고, 또 다른 시즌엔 모델들이 각자의 옷장을 가져와 직접 스타일링하게 해 '패션의 개인성'을 강조했다.

그에게 패션은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자, 구조를 통해 말하는 언어였다.

5. 지금은 누가 만들고 있나요?

현재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다. 그는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을 마르지엘라식 해체주의에 접목시키며 브랜드를 새롭게 진화시키고 있다.

마르지엘라가 만든 브랜드 철학은 지금도 살아 있고, 다양한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주고 있다.


💡 마무리 한마디

옷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마르지엘라의 옷을 보면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옷이야?" 바로 그 질문에서부터 패션이 시작된다. SSROOMING은 그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브랜드를 사랑하고, 그들의 철학을 기록합니다.